국시 합격률 97.3%, 초봉 4천만 원
현장 간호사는 전체 52.8%뿐
높은 엄무 강도와 군기 문화 폐단
간호법 제정은 지난 봄 폐기
지난 2020년 국내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현재 앤데믹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가장 많이 고생한 직업이 있다면 모두가 ‘간호사’를 꼽을 것이다.
이미 유구한 취업률을 자랑하며 의료 현장 최전선에 있는 직업이기에 많은 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하지만 현실은 의료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간호법’ 사태까지, 간호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지난 2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발표한 제63회 간호사 국가시험 결과 기준 전체 2만 4,015명의 응시자 중 2만 3,359만 명이 합격해 97.3%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간호대학 입학 후 교육 과정을 성실히 이수한다면 시험 통과에 있어 난도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8만 1,21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 4,227명으로 52.8%에 그치는 상황이다.
절반이 현장을 이탈한 건데, 합격률 대비 현장직은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 이미 한국의 평균 신규 간호사 면허자 증가율은 5.1%로 OECD 국가 평균 1.2%보다 4배 이상 높지만 정작 면허소지자 중 임상 간호사는 OECD 평균인 68.2%에 비해 모자란 상황이다.
간호사는 특유의 군기 문화,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 높은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대형 병원에 입사 후 100일을 버티면 일명 ‘100일 잔치’를 열 정도이며, 신입 간호사 67%가 1년 내 퇴직을 고려한다는 통계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었다.
모든 간호사가 체감하진 않지만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이 담긴 ‘태움 문화’라 불리는 군기 문화는 간호사 사회의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한 현직 간호사는 꼬집고 때리는 것은 물론 폭언, 캐비닛의 물건을 모두 던지고 하루 종일 서있게 하는 등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한 사례들을 공개한 바 있다.
출근할 때 차라리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간호사,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도 종종 있었다.
이에 현직자들은 적은 임금,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받는 심적 스트레스 등을 태움이라는 문화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냐며 복지, 처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업무 강도도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는 데이(오전 7:30~ 오후 3:30), 이브닝(오후 2:30~오후 10:30), 나이트(오후 9:30~다음 날 오전 8:30)으로 나눠져서 출근하게 된다.
병원마다 시간대는 다를 수 있으며 근무 시간 8시간을 1~2시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 시간 근무자와 다음 시간의 근무자 사이에 상황 보고인 인계 절차 때문에 출근을 더 일찍, 퇴근을 더 늦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은 물론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국내 간호사들은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가 되야 한다.
1인당 5명을 맡고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적게는 13명, 많게는 25명이나 된다.
소진될 대로 소진된 베테랑 간호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 병원 간호사의 평균 연령은 28.7세로 매우 젊어지고 있다. 실제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로 확인됐다.
안 그래도 힘든데, 탈주를 가속한 건 코로나19 사태였다.
지난 3년 사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간호사들이 급격히 늘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년 6월~2021년 6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보건소 등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증가율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매년 3.96%(7012명), 4.18%(7693명), 8.01%(1만5376명)로 커지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6월 기준 7.74%(1만 6,052명))을 기점으로 둔화되기 시작해 2021년 6월에는 4.77%(1만650명)로 크게 꺾였습니다.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고 의료진으로 일하는 전문 인력인 간호사의 연봉은 어떨까?
초봉을 기준으로 최소 2천만 원 대부터 최대 4,600만 원까지 무려 2.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병원 종별, 병상 수별 임금 체계에서 차이가 컸으며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 초임 평균 연봉은 3년제 졸업자 기준 3,151만 원, 4년제 졸업자 기준 3,225만 원을 기록했다.
병상 수에 따라선 200병상 미만은 2,818만 원, 400~599병상은 3,184만 원, 600~899병상은 3,485만 원이었습니다.
비교적 높지 않은 평균 연봉이지만 반대로 4,000~5,000만 원 이상의 초봉을 받는 이들도 있다.
소위 ‘병원 빅 5’로 불리며 서울 및 수도권 소재 간호 학생들에게 선호되는 유명 대형병원들인데, 2017년 초봉 기준 서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세전 4,500~5,000만 원,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세전 4,000~4,600만 원 정도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13년간 응급전문간호사로 근무했던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는 “실제로 간호사의 초봉은 다른 사회초년생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직급이 다양하지 않아 승진 기회가 적다. 그러다 보니 고연차가 돼도 급여 상승 포깅 그다지 크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간호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해 표결로 의결, 본회의로 회부했다.
두 달 뒤엔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간호법이 정말로 제정되는가 했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여기서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의 개선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나누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에 관해 나라의 책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선택에 거리로 나와서 간호법 제정을 주장하던 간호사들은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간호사들은 그렇다고 일을 그만 둘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간호사 사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대우도 좋고 복지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량 자체가 한국보다 현저히 낮으며 LA 지역 간호사의 평균 연봉은 12만 5,350달러, 한화로 약 1억 6,800만 원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간호사시험 주관기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1~6월) 간호사 면허 시험에 처음으로 응시한 한국 국적자는 총 2,142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응시생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6년(2,146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재 시험자 등을 합한다면 이미 최다 응시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간호사 인력 유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 인력난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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