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감별사
연봉 약 6,700만 원
동물 복지 이슈로 전망 어두워
몇 년 전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한국에 자랑스러운 소식을 알린 ‘미나리’는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 이민자들의 애환과 가족애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미나리’의 주인공들의 직업이 연봉 7,000만 원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10명 중 6명이 한국인이라는 이 고소득 직업은 바로 ‘병아리 감별사’다.
병아리 감별사의 정확한 표현은 ‘병아리 성 감별사’다. 말 그대로 병아리의 암수를 구분한다. 성별을 구분하는 방법은 색깔 감별, 날개 감별, 그리고 지도 감별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 특히 지도 감별은 병아리의 항문을 손으로 개장하여 돌기를 보고 성별을 구분한다.
돌기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병아리의 대장 부위를 눌러 배설물을 빼내는 과정도 필요해 많은 훈련을 요한다.
과거에는 양계협회에서 주관하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응시자 수가 적어 1993년 폐지됐다. 현재는 민간 교육 기관이나 병아리 감별 연구소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대체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병아리 감별사로 활동할 수 있다. 병아리 500마리를 7분 이내에 98% 이상으로 감별하는 고등 감별사가 되어야 해외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병아리의 엉덩이만 들여다보는 직업이다 보니, 병아리 감별사는 고소득 직종임에도 늘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병아리 감별사에 대한 수요가 많아 평균 연봉도 국내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병아리 감별사의 평균 연봉은 4만 파운두로 약 6,700만 원 선이다. 최상급 감별사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세계 병아리 감별사 중 60% 이상이 한국인으로 추산된다. 병아리 감별사의 취업비자도 잘 나오는 편에 속해 양계업이 발달한 유럽과 남미 취업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 발표한 법안 때문에 이 같은 병아리 감별사가 사라지게 되고 동물 복지에 관한 사회적 논란도 지속되면서 병아리 감별사의 직업적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
바로 계란을 생산하지 못하고 암컷처럼 살이 잘 붙지 않는 수평아리들을 도살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 때문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아들이 아빠에게 왜 어린 수평아리들을 폐기하는지 묻는 장면이 있다. 아빠는 “맛이 없거든. 알도 낳지 않고… 그러니까 우리는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해”라고 답한다.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직업이고 연봉도 높은 직업이지만 그 전망이 영원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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