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 스파이더맨
노숙인 위협 제지해 화제
하루만에 사기꾼 폭로 나와
지난 11일 오후 9시1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역사를 순찰하던 역무원은 역사 안에 누워 잠자던 한 노숙인을 깨웠고, 일어난 노숙인은 역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했다.
이때 스파이더맨 복장의 한 시민이 홀연히 나타났다. 스파이더맨이 자기 손을 잡고 놓지 않자 노숙인은 “이거 놓으라”고 소리치며 역무원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스파이더맨은 “진정하시라”며 그를 말렸다.
스파이더맨은 노숙인의 양 손목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담은 영상은 급속도로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누리꾼들은 “진정한 ‘우리들의 친절한 영웅’ 스파이더맨이네”, “노숙인 말리는 방법도 위트있다”, “서울에 진짜 영웅이 있네요” 등 스파이더맨을 칭찬하고 격려했다.
일부는 “저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전부터 꾸준히 스파이더맨 모습으로 잠실역에 나타난다”, “내 친구가 저 사람이랑 사진 찍었다. 같이 찍자고 하면 흔쾌히 응해주신다”, “잠실역 명물임”, “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있음” 등 목격담도 쏟아졌다.
‘스파이더맨’이었다고 밝힌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주말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잠실에 자주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경찰이 오기까지 10여 분 걸린다고 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고 적었다.
그런데 다음날, 정의로운 스파이더맨 A씨가 사기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X 이용자 B씨는 “이놈(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제작 카페에서 슈트 제작해 준다고 돈 받아 갔다가 잠수타서 들통났다”며 “나랑 제작 상품을 서로 교환하기로 했는데, 내 제품을 받아 가고 잠수를 타길래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더니 반년 넘게 걸려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A씨가 앞서 중국산 코스튬 의상을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홍보하고 판매, 구매자들에게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과거 코스프레 대회에서 ‘좋아요’ 숫자를 조작했다가 수상 대상에서 제외된 일화를 폭로했다.
이윽고 B씨는 “A씨는 본인이 사기를 인정했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서 A씨는 ‘이제 본인 입으로 사기 안 친다고 하시니까’라는 메시지에 “지금 와서야 늦었지만 계속 싸우고 싶진 않다. 죄송하다. 어차피 언젠간 들통날 거였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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