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도 없이 투입돼 사망한 해병대원, 수사단장은 분노 토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
앞서 항명 혐의 받아

구명조끼도 없이 수중 수색을 하다 숨진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검찰단 앞에 섰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수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요청했다.

또 자신은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사흘 전 보직 해임당했다. 지난 8일 해병대는 “이첩 시기 조정 관련 사령관 지시 사항에 대한 수사단장의 지시사항 불이행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라며 “향후 수사단장의 직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돼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 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 것을 해병대에 지시한 뒤 국외 출장을 떠났다.

그러나 수사단은 이 장관의 귀국 전날인 지난 2일 수사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같은 날 사건을 회수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수사단장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