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자
지인 150여 명에게 부고장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한 장면

배우 박정자(83)가 지인 150여 명에게 보낸 한 통의 부고장이 예술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박정자는 지난 13일 150여 명의 지인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라는 제목의 부고장을 보냈다.
박정자의 부고장은 실제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이가 자신의 죽음을 가상으로 연출한 퍼포먼스로 알려졌다.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장례식 장면 촬영을 겸한 이 퍼포먼스는 박정자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박정자는 연출을 맡은 배우 유준상과의 대화를 통해 바닷가를 배경으로 상여를 들고 걷는 장면을 구상했고, 이 장면에 함께할 인물들로 단역 배우 대신 자신의 지인들을 직접 초대하기로 했다.
박정자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혼자 가기는 쓸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승에) 왔다가 (저승으로) 가는 길인데 축제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축제처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장례식’은 전통적 슬픔의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들과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 알려졌다.
부고장에는 “꽃은 필요 없습니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라고 적혔다.
초청된 이들은 배우 손숙, 강부자, 송승환, 연출가 손진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지영 감독, 소리꾼 장사익, 건축가 유병안 등 연극과 예술계 인사들이다. 박정자는 이들을 위해 숙소까지 마련했다.
박정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을 낯설어하지 않게끔, 사는 동안 이런 모습의 장례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일종의 ‘리허설’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지금도 삶을 정리하고 있는 누군가는 (죽음의) 시간을 맞이할 테니까요.”고 덧붙였다.
한편, 배우 유준상이 연출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는 한 여배우의 생을 조명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야기를 다룬다.
유준상은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 ‘아직 안 끝났어’(2019), ‘스프링 송’(2021) 등을 연출한 경험이 있다.
댓글3
기아 없이는 못살아
진짜 죽은줄 알았네
멋진 구상입니다. 초딩 5학년때 외할아버지 상여와 상여꾼들의 장송곡이 60을 넘긴 지금도 뚜렸하네요.
소나무
보러갈게요. 유준상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