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바나나 ’87억’에 사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유)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 ‘코미디언’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가 87억에 구매
원가는 500원

벽에 은색 테이프로 바나나를 고정한 예술 작품이 경매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7억 원)에 낙찰돼 화제다. 이 작품의 구매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트론의 대표 저스틴 선으로 밝혀졌다.

20일(현지 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은 최저 추정가인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 원)의 6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입찰은 80만 달러에서 시작해 20초 만에 15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온라인과 전화 입찰자 간 경쟁 끝에 홍콩에서 입찰에 참여한 저스틴 선이 작품을 낙찰받았다.

작품은 단순히 바나나 한 개와 접착테이프로 구성된 설치물로, 진품 증명서와 함께 바나나가 상했을 때 교체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설치 안내서도 제공된다. 저스틴 선은 소더비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밈,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라며, “앞으로 며칠간, 이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부로 바나나를 직접 먹어서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를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공개된 후 예술적 가치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한 행위예술가는 “배고팠다”며 바나나를 먹었고,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 전시 중에도 한 대학생이 “아침을 안 먹어 배가 고팠다”며 작품의 바나나를 먹어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 사용된 바나나는 경매 전 맨해튼의 한 가판대에서 35센트(한화 약 500원)에 구입된 돌(Dole) 제품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는 원래 가격의 약 1720만 배로, 이를 판매한 상인은 경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의 제작자인 카텔란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평이자 성찰”이라며, 단순한 장난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