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대규모 손실 예상
국민은행만 4조 원 이상
H지수 하락 원인
‘국채’보다 안전하다며 가입한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내년 상반기 만기가 다가오는 H지수 연계 ELS는 8조 4,100억 원에 이른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떨어지지 않는다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파생 상품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수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원금을 잃는다. ELS 기초자산은 2~3개의 주가지수를 묶어서 쓰는데, 특히 홍콩H지수와 연계한 상품이 많다.
만약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H지수 연계 ELS에서 내년 상반기에만 3조 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는 2021년 상반기 1만~1만2000원 선이었으나 중국 경제 둔화,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해 10월 말 5000대 밑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600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하나은행 H지수 ELS에서 8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하나은행은 2021년 상반기 2년 6개월 만기 ELS 상품을 내놨다.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만기 도래한 약 181억원 중에 손실 확정 금액이 83억 원, 손실률이 45.9%에 달했다.
국민은행에는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 중 4조 원 이상이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이에 은행들도 좌불안석이다.
원칙적으로 해당 상품은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도 고객 역시 인지하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면 은행은 원금 손실에 대해 책임이 없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금융투자상품 만기 도래 시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회사가 일부를 보전해주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ELS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판매사들이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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